철학이 있는 삶은 아름답다 교육칼럼

철학이 있는 삶은 아름답다

점심을 먹다 텔레비전을 켰는데 PSB에서 도종환시인 초청강연을 방영하고 있었다. "우리가 바라는 행복한 사람이란 원하는 것을 넘치도록 가지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소크라테스는 원하는 것에서 조금 미치지 못하게 가진 사람"을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공자님의 제자들이 공자님께 "선생님, 행복한 사람은 어떤 사람입니까? 라고 질문 하니까 선생님께서 대답하시기를 공자는 "의로운 다수의 사람으로부터 칭찬을 받는 사람(모든 의로운 사람이 아니라...), 그리고 "의롭지 못한 다수의 사람(모든 의롭지 못한 사람이 아니라...)으로부터 비난을 받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그의 사랑 철학은 이렇게 시 아닌 삶에서 시처럼 풀어가고 있었다.
나는 도종환시인의 시를 좋아한다. 세상에 시인이 얼마나 많은데 하필 도종환님의 시를 특별히 좋아하는 이유는 그 분의 시에는 철학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시로 말하면야 서정주나 이은상과 같은 분들의 시가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실천이나 삶과 연결되지 못한 시류에 따라 권력과 야합하거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민족이나 이웃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그런 사람이 쓴 시는 독자로 하여금 감동을 주지 못한다. 교육운동을 함께 하면서 그가 가진 사람에 대한 사랑 그리고 그의 행복과 사랑이 숨쉬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강한 집념을 지켜 볼 수 있었다. 그의 실천하는 삶에서 예술인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실천으로 시사하고 있었다.
그와의 첫 인연은 전교조로 온 나라가 뜨겁게 몸살을 하던 89년 여름이었다. 위원장 부위원장이 모두 잡혀가고 명동성당에서 목숨을 건 단식농성을 할 때의 일이다. 위원장의 권한대행을 해야 하는데 할 사람이 없었다. 아니 있었다고 하더라도 위원장권한대행은 곧바로 교도소로 가는 길이기 때문에 쉬이 맡으려고 하지 않았다. 비상회의가 소집되고 나이가 많은 필자가 전교조위원장 권한대행을 맡게됐다. 찾아오는 손님들을 만나고 기자회견을 하고 교육부를 항의방문하고 굶주린 몸으로 동분서주하다보니 시멘트 바닥에 앉으면 깜빡깜빡 졸고 있을 때였다.
교도소에 면회를 갔다온 동지들이 들고 온 도종환선생님의 옥중 시를 보는 순간 배고픔도 피로도 잊고 힘을 얻었던 일이 있었다.
옳다고 믿어 이 길을 택했으므로
옳은 것을 바르게 행하지 않는 것도
죄악이라고 믿었으므로
우리는 새벽이 오는 쪽을 향해
담담히 웃으며 갈 수 있습니다.
서슬 푸른 칼날에 수천의 목이 잘리고
이 나라 땅이 곳곳이 새남터가 된다 하여도
우리는 이 감옥에서 칼날에 꺾이지 않는
마지막 이름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이 세상의 가장 낮은 곳에 쓰러져 있어도
빛나고 높은 그곳을 향해
우리는 이 길을 곧게 갑니다.
(`정선생님, 그리고 보고 싶은 여러 선생님께').
이 시외 몇 편의 옥중에서 쓴 도종환님의 시는 더위와 굶주림에 지친 동지들에게 양식이 되고도 남았다. 그 후 전교조충북지부장을 맡아 한 달에 한 두 번씩 중앙집행위원회와 상임집행위원회 그리고 대의원 직을 함께 수행하면서 그의 인품과 사랑의 철학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앙집행위원 중에 수배자가 다수인 상황에서 회의 중에도 몇 번씩 자리를 옮겨야 하는 고난을 당하면서 어느새 그는 나약한 문인이 아닌 교육운동의 투사가 되어 있었다.
그 후 전교조가 합법화되고 가끔 대중강좌에서 그를 만났을 때는 어느새 그는 교육운동의 투사가 아닌 시인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그의 시가 그렇듯이 그의 강의에는 사람들의 가슴에 사랑을 심으려는 강한 집념으로 병마를 이기고 있었다. 그의 강의에서처럼 시는 물론이고 인물로도 그를 능가하는 시인은 얼마든지 있다. 고여 있는 물과 같이 낱말 몇 개를 퍼다 나열한 시는 독자들로 하여금 쉬이 갈증을 느끼게 한다.
흐르는 샘물과 같이 퍼낼수록 더욱 신선한 물이 솟아나는 맑은 샘물처럼 철학이 담긴 그의 시는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어찌 시뿐이랴. 감각적으로 살아가는 삶이나 그칠 줄 모르는 욕망의 노예가 된 사람들은 철학이 담긴 그의 시의 참 맛을 알리 없다. 이 땅의 깨어 있는 시인은 경쟁에서 이기는 자가 승자가 되는 무한경쟁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가진 가슴 따듯한 사람이 승자가 되는 사회를 바라기에 그의 시는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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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dwban22 2004/12/06 15:15 # 답글

    저도 도종환선생님을 좋아합니다. 직접 뵙기도 했고요. 제가 교생 실습 나갔을 때 담당 선생님이셨습니다.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 여왕 2004/12/06 16:40 # 답글

    저도 좋아하죠
    그분의 시에 철학이 있다 역시 맞는말이네요
  • 황오리 2018/05/02 08:08 # 삭제 답글

    전교조에 몸을 담은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입니다.
    분회장이 할 선생님이 없어서....아니 분회장을 선듯 나서시는 분이 안 계셔서...
    분회장을 맡고...분회총회를 할 때
    '전교조가'와 '정선생님, 그리고 보고 싶은 여러 선생님께'라는
    도종환샘의 시낭송을 들었습니다.
    언제 들어도 참 뭉클한 언어들입니다.

    최근에 학교에서 행복나눔학교 주무를 맡은 후배선생님을 만났습니다.
    많이 힘들어 합니다.
    많이 외로워 합니다.
    함께 하시는 선생님이 없어서...
    "내년에는 학교를 떠야겠어요~"라는 한숨 섞인 말을 들을 때는....
    제가 더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그 후배님에게 예전에 들었던 도종환샘의 [정선생님, 그리고 보고 싶은 여러 선생님께]라는 시낭송을 들려주고 싶은데....
    그 시절 시낭송이 들어 있던 테이프는 어느 순간 분리수거되는 운명을 맞아서...
    몇 날을 인터넷과 유튜브를 뒤졌습니다.
    그러다가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나마 부분적인 소절들을 만났네요.
    그 후배님한테....
    "내 옆자리에 있는 동료교사가 한 톨의 사랑도 실천하지 않더라도...
    옳다고 믿기에 이 길을 굳게 갑니다."라는 싯구를 들려주고, 보여주고 싶은데...
    결국 국회전자도서관에서 [울타리 꽃 :도종환 시선]이라는 책자를 찾았지만...
    협약 도서관에서나 열람이 된 답니다.ㅜㅜ
    이런 명시는 최소한 전교조본부 홈피에는 있었으면 좋겠는데..말입니다.
    혹...[정선생님, 그리고 보고 싶은 여러 선생님께]라는 시낭송 파일을 갖고 계시면 연락주시와요~ 후사하겠습니다...꾸벅~꾸벅~
  • 황오리 2018/05/02 08:09 # 삭제 답글

    황오리는 천안 병천고에 근무하는 생명과학 담당 정병철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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